5.51. 편지

달개비는 구도자가 아니었다.

어릴적부터 보통의 아이들과 궂이 다르다면 매순간에 전부였다는 점,

무언가가 사고에 포착되면 학교가는 도중에도 그 자리에서 그것이 무엇인지 끝까지 사유하여 끝장을 내야 그제서야 아...... 학교 가는 길이었지. 하고 두리번 거려서 보면 벌써 점심시간 지나있고......

몸이 무럭무럭 크듯이 각성, 체험, 삼매, 합일, 통찰도 같이 자랐다.

아이가 어른이 되는것이 당연하듯이 모든 사람들도 그렇게 깨달아 사는 줄 알았다.

그런데 어른이 되어 사회생활을 해보니 모두들 병리현상을 앓고 있었다.

그 뒤 지금까지 삶의 대부분이 그러한 병리현상 즉 부분적이고 분리된 에고라는 것에 대한 공부였다.

그래서 달개비는 구도자였던 적은 없었지만 구무명 내지는 구에고(?)자이다.

웅 새삼 이름표를 한번 붙여봤다는......^^

아 그러다보니 누군가가 법을 묻거나 가르침을 청하면 기껏 한다는 소리가

'잘 봐라'였다.

그 버릇은 지금도 있는것 같다.

글을 쓸때도 그저 있는 그대로를 쓰는 것인데, 처음엔 다들 공감을 한다고 하고 좋다고 해서 그들도 그렇게 보고 느끼고 사는 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 무슨 말인지 대체로 다들 모르겠다고 했다.

하긴 그대도 그렇게 만난 인연이지. ^^

아무튼 그런 과정들이 지나면서

아무리 실재를 말하는 것이지만 무슨 말인지 모르는 글이라면 그저 소음에 불과하구나를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좀더 평이하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그런 단어나 문체를 써본다고 노력도 하는데

아직도 많이 서툴다. 그래서 달개비는 지금도 공부중이다.

달개비보고 왜 맨날 어려운 글만 쓰냐고 물었지?

달개비는 그대의 우주가 어려운걸 ^^

하긴 그대의 우주에서는 달개비가 병리현상일거여......

달개비 삶이 이런걸 어쩌냐. 대답이 되었을까나.

아프고 힘든일 잘 치루어내고 씩씩한 안부 전해줘서 고마우이.

비가 추적추적 가을을 부르고 있네.

달개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