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7. 찐감자 다섯개

외출했다 집으로 돌아오면

빼꼼하고 출입문이 열리고

폐허같은 움막 마당을 가로질러

검이가 부리나케 마중을 나온다.

용케도 차소리를 구분한다.

다리에 얼굴을 쿵쿵 부딪혀 인사하고는

저먼저 돌아서서 집으로 들어간다.

오늘도 검이따라 집으로 들어오는데

발에 머가 걸린다.

신문지에 싸여진 것을 열어보니...

찐감자 다섯개다

집비운 사이 누가 다녀갔나본데

윗집 할머니실까

길건너 교회집 아주머니실까

아님 옆집어르신?

마침 배고프던 참에

물한모금 축이고는

껍질 벗겨서 소금에 찍어 먹으니

참말로 맛있다.

앉은 자리에서 세개나 먹었더니

배부른 것이 한끼 식사로 흡족하다.

냥이 녀석 세마리도 나란히 앉아서

흐믓한 표정으로 구경한다.

보통 외출할 때 출입문을 잠그지 않고

다녀 버릇해서

나 없을때 이렇게 가끔식 동네분들이

다녀가시곤 한다.

특별히 가져갈만한 값나가는 물건도 없고

대체로 사람들을 믿어서이기도 하고

워낙 허술한 집구조이기도 하지만

그저 문단속하는것이 번거롭고 귀찮아서이지

별의미는 없다.

어느때는 솎은 상추나 풋고추일때도 있고

어느때는 이름도 모르는 나물일때도 있고

오늘같이 찐감자나 옥수수일때도 있다.

조건도 없고 생색도 없고

그저 나누어주는 그런 마음과 만날때

그 어떤 전문적인 지식보다

그 어떤 경전의 말씀보다

깊게 와닿는 살아있는 진리를 보게된다.

내안의

알량한 알음알이나

미세한 욕심들마저 녹아버리고

순하고 순해져서

물이 되어버리고

강아지풀이 되어버린다.

.......................

하늘이 가이없이 파랗다.

매미소리 자지러지는 뜨거운 오후

바람과 풀과 흙 이웃들.... 모든 생명들이 어우러져

여름으로 무르익고 있다.

지금은 여름중.

달개비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