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3. 엇갈린 사랑.. {달개비네 고양이이야기} 2
검이랑이 장날에 그 뒷얘기
그 볼품없던 덤으로 얻어왔던 노란 랑이는
새침하고 날씬한 어엿한 숙녀로 자랐다.
검이는 덩치만 컸지 아직도 어린양이 심한 머슴아였다.
눈이 많이 내렸던 어느 날 아침 랑이는
평소에 들어보지 못했던 아주 묘한 울음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몸짓들...
발정기가 온 것이다.
처음엔 나랑 검이는 상당히 당황스러워
이리 뒹글 저리 뒹글 하면서 울고있는 랑이를
멀뚱하니 쳐다만 보고있었다.
검이는 오히려 도망을 치는 것이었다.
그렇게 다정하게 잘 놀고 지내던 두 녀석의 우정은
사랑앞에서는 무력해지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첫번째 발정기는
랑이의 애타는 혼자의 몸짓으로 지나갔다.
그리고 다시 한 열흘쯤 뒤
다시 그 울음이 시작되었다.
그제서야 검이가 나름대로 느낀것이 있었던지
어찌 해보겠다고 옆에서 낑낑대고 있는데....
랑이는 아주 매정하게 뿌리쳐버린다.
랑이 보다 조금 성장이 늦었던 검이가
랑이 보기엔 영 눈에 안찾던 모양이다.
아니면 첫번째 발정기때
너무도 야속했던 것일까
그렇게 두 녀석의 사랑은 엇갈려 버렸다.
참고로 고양이는 성년시기(생후 7~8개월후)가 오면
암컷은 발정기가 따로 있지만 숫컷은 항시 가능하다.
암고양이가 발정이 시작되어 냄새와 소리로 숫컷을 부르고
그러면 동네 숫고양이가 다 모인다.
그 중에 맘에 드는 숫고양이와 짝을 짓는다.
맘에 드는 숫고양이 외에는 쳐다보지도 않고 쫒아낸다.
그리하여
드디어는 랑이가 가출을 한 것이다.
그 추운 밤에
검이랑 나는 여기 저기 덤불이며 이웃집 창고며
다 찾아보아도 보이질 않았다.
이 추운데 어디서 얼어죽지 않으려나.....걱정이 되어
애꿎은 검이에게 화를 냈다.
넌 어찌 머슴아가 랑이 마음 하나 못붙잡고 그래 집을 나가게 하냐..
그 말을 알아듣는 것처럼
검이는 밖에 또 나가보고 또 나가보고...........
그렇게 새벽이 지나고
랑이가 돌아왔다.
진흙투성이로 젖어있는 녀석의 몸을 닦아주면서
착잡한 심정이 되었다.
잘 키운 딸아이 시집보내는 기분이 이럴까.....
자연의 섭리려니 하면서도
무어라 표현하기 힘든 안타까운 심정이었다.
그리고 다시 평온한 날이 지나고
삼주쯤 지났을 즈음
랑이 몸에 변화가 오기 시작한다.
역시 그 가출했던 그날밤.........
젖꼭지가 부풀고
배가 조금식 불러오면서
내 마음도 같이 또다른 설레임으로 채워져갔다.
달개비네 고양이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