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7.04. 저와 술한잔 하시겠습니까
어릴적 어머니는
계절에 따라 나오는 과일마다 술을 담그셨습니다.
그리곤 특별한날 그 술들을 개봉하고
우리 어린 자식들에게 모두 맛을 보게 하셨지요.
어른이 될때까지 그래서 저는
술이란 기쁜날. 축하하는 날 마시는 음식인줄 알았습니다.
그렇지 않은 술. 술자리도 참 많다는 걸
나중에야 알았습니다만..
저에겐 술이란 의미가 아직도 대체로 기쁠때
기쁨을 나누는 음식이라는 개념이 강하지만
이젠 슬플때도 나누는 음료라는 것도 압니다.
보편적으로
오늘 기분도 울적한데 술이나 한잔할까.... 이런 말이
나름의 위로같은.. 슬픔을 나누는 의미라는 것을 알고부터는
가까운이가 우울해하거나 슬퍼할때
저도 그런 말을 한번씩 사용해 봅니다.
헌데 전 술을 한모금도 못합니다.
물론 아프기 전에는 저도 곧잘 마시곤 했었지요.
지금은 알콜을 심장에서 견뎌내질 못해
술을 입에 안댄지 참 오래되었습니다.
하지만 술이 마시고 싶을때 술이 취하고 싶을때.... 그럴때가 있습니다.
제 경우엔 걸러지고 삮혀지고 지나고 났을 때입니다.
그럴 때 저는 마음으로 마십니다.
그러면 정말 술에 취한 상태가 되지요...
저는 정말 슬플땐 그냥 슬픔을 직시합니다.
기쁠때도, 아플때도 마찬가지로 오롯이 그 속을 통과합니다.
그 시간이 며칠일때도 있고.. 몇년일때도 있습니다.
그러면 ...그러면...
슬픔도 아픔도 파랗다 못해 투명한 보석같은 결정이 되어 또르르~ 굴러 별이 됩니다.
그 별을 모두 잠든 깊은 밤에 하늘로 띄어보냅니다.
그렇게 보내고 난 후....... 그런 날
저는 저하고 저 하늘의 별이 된 나의 슬픔과 아픔과
술을 한잔 합니다.
물론 마음의 술이고..... 그것은 기어이 축배입니다.
저와 술 한잔 하시렵니까.....
달개비술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