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5. 구도자에 바치는 명상
어느 날
바다가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 바다는 고요하여 여여 하고 부동하고
시작도 끝도 없는 그곳에 모든것이 돌아오고
그 모든것이 나오는 곳이라 하였습니다.
그래서 바다를 만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바다는 안보이고
넘실대는 파도만 가득이었습니다.
전후좌우 상하 어디에도 늘 파도였습니다.
파도에 가려져 바다가 보이지 않는구나 싶어
파도를 치우기로 버리기로 했습니다.
끊임없이 일어나는 파도를
끊임없이 버리고 버리고...
어느때 가끔 그러다 자주
파도가 스러지는 순간 얼핏 또는 또렷하게
고요한 바다같은 것이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럴때마다 그 바다를 놓치지 않으려 눈을 부릅떴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잡은 바다는 어느새 온데간데없이
자고일어나면 배고프듯이
파도로 바뀌어있곤 했습니다.
그리하여 이제 바다는 오히려 더 멀리
견고한 환상이 되어갔습니다.
그럴수록 바다에 대한 간절함은 사무쳐
억천만의 물주름, 억천만의 파도, 억천만의 물방울, 거품 등이
도대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어찌하여 끊임없이 일어나는지
그 성주괴공이 무엇인지
전존재를 던져 의문이 되었습니다.
어느날
치우고자 버리고자 하는 매순간 현전하는 이 파도가 과연 무엇인지
파도와 싸우려면 파도를 알아야 할텐데
파도를 안다는 것은 파도가 되는 것
그러고 보니 한번도 제대로 파도가 되어본적이 없었습니다.
파도와 만나고 파도가 되어보지도 못한 것이
바다를 찾고 있었습니다.
바다를 보겠다고
오는 파도마다 붙들고 싸우고 버리고 씨름하던
그 피나는 몸짓의 나를 멈추었습니다.
파도다 바다다 간택함을 멈추었습니다.
바다도 잊고 나도 잊고
오롯이 파도가 되는 것은
그 흔들림에 나는... 내가... 라는 한치의 버팀도 없이 흔들림이 되는 것.
내가 조금이라도 남아있으면
내가 보는 파도가 되어버리니
진정으로 파도가 되려면
내가 오롯이 없어져야 했습니다.
내가 없이 파도와 만나 파도가 되어버렸을 때
쓰러질것 같아서 괴로워..를 넘어서서 쓰러져버렸을 때.
불이 불을 태우지 않아야 불일수 있을 때.
눈이 눈을 보지않아서 오롯이 볼수 있는 그 자리.
그곳이
고요의 바다였습니다.
내가 그 무엇도 아닐 때 오롯이 나였습니다.
오롯이 나일때 그 모든것이었습니다.
파도는 바다의 흔들림이었습니다.
파도는 바다의 춤사위고
파도는 바다의 수억만의 현현이고
파도는 바다였습니다.
파도는 단 한번도 바다아닌적이 없었고
파도는 바다를 떠나서 있을수가 없고
바다는 파도였습니다.
그 고요하고 여여 부동한 바다.
그 화엄의 장 파도.
나라는 파도
그대라는 파도
삼라만상의 파도가
생멸의 물결을 치고 있습니다.
나라는
당신이라는 바다에
오욕칠정이라는 파도 또한
끊임없이 생멸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파도이고
바다입니다.
파도 탑시다.
구도자에 대한 명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