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7.05. 거울

어렸을적 읽었던 동화에 해와 바람이야기가 있다.
해와 바람이 지나가는 사람의 외투 벗기기 내기를 하는데
바람이 불면 불수록 옷을 더 여미고
해님은 조용히 내려 쬐여 겉옷을 벗게 하는 이야기이다.

다들 아는 이야기이고 참 단순하고 간단한 이야기인데도
사랑이라는 명분으로 정의라는 명분으로 관습이라는 명분으로
사람과 사람사이에서 흔히 저지르고 있는 벗기기를 보게된다.

그 벗기기가 마음이든 허물이든 어떤 경계이든
벗기는 것이 아닌 스스로 벗게끔 하는 德.
그것이 자연의 가르침이고 가리킴이라고 본다.
엄밀히 보면 가르침이나 가리킴도 떠나서
말없는 비추임같은 것.

번데기의 과정이 있어야만 나비가 되고
어린싹이 있어야 나무가 된다.
사람이든 사물이든 모든 것은 늘 과정이다.
잠시도 단절이나 고정되어진 모습이 아닌
끊임없이 변화해가는 과정상의 늘 오늘.

그 여정에 어린 싹도 번데기도 나무도 나비도 삶도 죽음도
그때 그때의 있는 그대로의 자연이다.
아름답지 않은 때가 한번도 없고
그 어디에도 허물이 없다.

무엇에 기준을 두어
어린 싹은 나무보다 못한 것이다 라던가
나비는 아름다운데 번데기는 추하다던가
이 사람은 형편없다 저런 것은 훌륭하다, 모자라다 .........끝이 없이 반복되는 부질없는
그저 기준이고 생각 분별이다.
사물마다 인연에 따라 현재의 여정과 현현이 다를 뿐.

자식에게 가장 좋은 교육은
말함이 없이 말하는 부모의 삶 자체이듯이
사람과 사람사이에서도
태양이 햇살을 비추듯이
강물이 갈라지다가 다시 어우러져 흘러가듯이
그렇게 서로 존재하고 있는 각자의 삶을 살아내고 있는 자체가
비추임이고
가르침이고 가리킴이라 본다.

말없는 기다림이고 나눔이고 지켜봄이고 주고받음 없는 주고받음인
있는 그대로의 삶

그래서 풀한포기 길가의 돌멩이 하나도 행의 가르침, 가리킴이고
그것이 사랑이다.

달개비마음